시대별 뇌과학 연구 성과와 흐름 (1995~현재)

 

시대별 뇌과학 연구 흐름과 성과 

1995년 이전 -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다 


-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뇌의 세 부분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거의 일치했다. 당시 뇌 연구에 따르면, 대뇌와 신피질은 지성과 이성을 담당한 곳이고, 그 아래에 있는 변연계는 머릿속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중심지였다. 

그리고 뇌줄기는 본능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런 뇌 영역들은 마치 양파껍질 처럼 겹쳐져 있을 뿐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독립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 당시 활동했던 뇌과학자 중 가장 유명했던 사람은 미국의 맥클린(MacLean)이었다. 그는 변연계의 개념으로 두각을 나타냈던 인물이다. 이 모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피질의 역할이다.

 당시 학자들은 신피질이 인간의 머릿속에서 권력의 중심지이고, 이 부분이 컴퓨터처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곳이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이 모델에 따르면, 가끔 모순이 발생하게 됐다.

 감정과 본능을 담당한 뇌의 하부영역이 대뇌의 이성적 사고를 방해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결정이 내려지는 과정과 방법


- (의식에 따라 스스로 결정한다는 이론) 뇌의 위쪽에는 명석하고 순수한 이성이, 아래쪽에는 천한 본능이 자리한다는 이 모델은, 플라톤으로부터 온 것이다. 그는 계층 이론을 신체에 비유해 설명하지만, 기본 원리는 같다. 

플라톤에 따르면, 머리는 이성과 논리를 담당하는 영역이고, 가슴은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이며, 배는 본능, 배고픔, 순수한 정욕의 중심지로서 욕망의 영역이다. 매슬로(Maslow)의 인간 욕구 5단계 이론 역시 이 계층 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런 이성 중심의 사고는 컴퓨터의 급속한 발전으로 더욱 강화되었다. 인간의 이성은 컴퓨터와 비교되기에 이르렀다. 뇌 연구뿐만 아니라, 심리학도 오로지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달려간다. 인간의 머릿속에 있는 합리적 프로그램을 파헤쳐 신경망을 복제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논리적인 인공지능A.I(Aritificial Intelligence)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간의 사고와 행위 전체를 모방하고, 개선하는 것이 곧 이뤄질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 



프로그램을 통해 산출되는 결과와 인간이 실제로 하는 결정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은, 인간의 이성적인 면을 토대로 했기 때문에, 인간의 결정을 좌우하는 것이 어쩌면 감정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AI 분야에서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났다. 인간의 감정을 연구해서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1995년 이후 - 뇌 혁명의 시작 


- 1995년, 뇌 연구 분야에서 기존과는 밥ㄴ대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뇌 연구 분야의 대표적 인물인 미국 신경생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와 조셉 르두가 부상했다. 다마지오는 뇌손상 환자의 검사를 통해,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감정이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반대로 감정이 없으면 결정 과정도 진행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감정중추를 다친 환자들은 돈을 걸고 승패를 겨루는 카드 게임을 할 때 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말하는 합리성은, 이익(쾌감)은 최대화하고 리스크(불쾌감)는 최소화하는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본 합리성이다. 


감정중추가 손상된 환자들은 카드 게임에서 항상 졌다.


- 게임 참가자들에게 알려주지 않고, 승률을 바꿨을 때, 일반 참가자들은 게임을 몇 차례 한 뒤 바뀐 승률에 무의식적으로 적응했다. 그래서 바뀐 승률에 맞춰 게임 전략을 바꿨다. 그러나 감정중추를 다친 환자들은 승률이 변했음에도 그 이전 전략을 게임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유지했다. 


- 당시 다마지오가 검사했던 뇌 영역은 대뇌 전방부, 즉 전전두피질이었다. 그의 검사는 두 가지 중요한 결과를 보였다. 

1) 감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2) 이성적인 대뇌도, 감정 처리에 관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 이런 이유로, 현재는 대뇌의 앞부분인 안와전두피질과 전전두피질이 변연계로 분류된다. 조셈 르두는, 연구 초점을 약간 다르게 했다. 그는 변연계에서 가장 중요한 핵이자 머리에서 감정적 평가의 중심부인 편도체를 다루었다. 

편도체는 편도핵(Mandelkern)이라고도 불리는데, 두려움이나 공포와 관련된 신호와 자극은, 편도체에 의해 직접 처리되어, 몸이 즉시 공포반응을 나타낸다. 처음에는 의식과 신피질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의식과 신피질은 관련 정보를 얻고, 어떤 대상이 공포를 불러일으켰는지 더 정확하게 평가하는 일에 집중한다. 



- 또 다른 실험에서는 실험실 동물들의 뇌에서 편도체를 제거하자, 그 동물들은 독사처럼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대상을 망설임 없이 움켜잡거나, 덥석 입으로 물었다. 르두는 이 실험을 통해 신피질이 변연계에 미치는 영향보다 편도체와 변연계가 신피질에 미치는 (무의식적인)영향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현재 - 진정한 의사 결정자는 바로 감정이다

 
- 어느 분야든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때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인정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뇌에서 감정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현재는 감정의 영향이 뇌 속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가 주요 논쟁거리다. 일부는 관계를 파악하는 인지 행위보다, 감정이 우선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생각에 따르면, 감정을 통해 인식된 관계만이 의미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또 다른 사람들은 관계가 먼저 인식되어야 그 후에 감정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 다른 과학적 논쟁들과 마찬가지로, 이 부분도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을 통해 타협점을 찾아나가고 있다. 결정에 미치는 감정의 영향은,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진행된다. (70~80퍼센트) 그러나 그 상황에 대한 의식적인 평가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감정과 계획을 그 상황에 맞춰 더 효과적으로 적응하도록 해준다. 의식적인 평가가 차지하는 비율과 영향은 약 20~30퍼센트다. 그러나 이 20~30퍼센트조차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자유롭지는 못하다. 

이 비율도 우리의 감정 프로그램에 의해 정해진다. 하지만 나머지 20~30 퍼센트가 자유의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 또 실제로 자유의지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자유의지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하는 결정 중 극히 일부분에만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일치할 것이다. 






시대별 뇌과학 연구 성과와 흐름 (1995~현재) 시대별 뇌과학 연구 성과와 흐름 (1995~현재) Reviewed by 해결사 on 2월 07, 2022 Rating: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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